새벽에 환율 알림이 왔습니다. 1,503원. 17년 만에 처음 보는 숫자였죠. 전쟁 뉴스가 터지고 유가가 90달러를 돌파하는 걸 보면서, 솔직히 저도 한 번쯤 '지금 팔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부동산 2채를 만들면서 IMF도 리먼 사태도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매매할 수 있는 ETF 계좌가 생기고 나니 뉴스 하나에 손이 움직이려 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1950년부터 2022년까지 전쟁이 터질 때마다 S&P 500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환율은 왜 1,500원을 찍었는지, 그리고 제 포트폴리오에 무엇이 부족한지 정리해봤습니다.

전쟁과 유가, 그리고 S&P 500의 역사적 흐름
모건스탠리가 정리한 전쟁별 S&P 500 수익률 데이터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출처: Morgan Stanley Investment Management). 1950년부터 2022년까지 주요 전쟁 시점의 12개월 평균 수익률은 8.4% 상승입니다. 여기서 평균 수익률이란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간 S&P 500 지수가 얼마나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같은 중동 전쟁인데도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 당시에는 -43.2%까지 폭락했고,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오히려 +25.9% 상승했습니다.
차이는 유가에 있었습니다. 욤키푸르 전쟁 당시 1차 오일 쇼크가 겹치면서 원유 가격이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4배 폭등했고, 이 충격이 2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반면 이란-이라크 전쟁은 전쟁 자체의 규모는 컸지만 유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고,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100년치 S&P 500 차트를 살펴봤는데, 2차 세계대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전쟁이 터질 때마다 점이 찍혔지만 장기 추세선은 단 한 번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WTI 원유 선물 가격이 90.9달러까지 올랐습니다(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불과 2주 만에 65달러에서 90달러를 돌파한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급등했는데, 이 해협을 통과하는 무역량을 보면 중국이 37.7%, 인도 14.7%, 한국 12%, 일본 10.9% 순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죠.
저는 유가 상승 시 피해를 받는 산업을 4단계로 정리해봤습니다. 제 계좌에 이런 종목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만든 체크리스트입니다.
- 1단계: 연료비 의존 산업 (항공사, 운송 업체) — 연료비가 전체 비용의 30% 이상
- 2단계: 수요 감소 민감 산업 (호텔, 관광) — 교통비 상승으로 여행 예약 감소
- 3단계: 소비 위축 내수 산업 (유통, 소비재) — 물가 상승으로 소비 둔화
- 4단계: 구조적 피해 산업 (화학, 산업재) — 원가 상승하지만 판매가 인상 불가
실제로 이번 주 반도체 ETF는 7.8% 하락했고, 원전 관련 ETF는 9% 빠졌습니다. 반면 에너지 섹터 ETF는 신고가를 경신했고, 유조선 해운 ETF인 BWET는 연초 대비 198% 급등했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방산주가 오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미 선반영되어 차익 실현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뉴스가 호재일 때 주가가 빠지는 건 시장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신호입니다.

환율 1,500원과 달러 자산의 필요성
환율이 1,500원을 넘긴 건 역사적으로 딱 세 번입니다. 1998년 IMF, 2008년 리먼 사태, 그리고 이번 주입니다. 여기서 원달러 환율이란 1달러를 사기 위해 필요한 원화 금액을 나타내는 지표로,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입니다. IMF 때는 외환보유액 고갈로 국가 신용이 붕괴됐고, 리먼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강세가 극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뚜렷한 위기가 없는데도 1,500원을 찍었습니다. 저는 이게 더 무섭다고 봅니다.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압박이라는 뜻이니까요.
환율 차트를 길게 놓고 보면 2014년 이후부터 환율이 차근차근 우상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왜일까요? 2015년에 처음으로 미국 GDP 성장률이 한국을 역전했고, 2023년부터 지금까지 3년째 미국이 한국보다 높습니다. 기준금리마저 미국이 높으니 자금은 당연히 미국으로 몰립니다. 제가 작년에 3년 평균 환율 1,350원을 기준으로 환전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는 기준을 직전 1년으로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율이 1,503원을 찍었을 때 다른 국가 통화는 어땠을까요? 원화는 3.1% 하락했고, 일본 엔화는 0.9%, 유로는 1.2% 하락했습니다. 한국 원화가 상대적으로 더 약했습니다. 이미 1,500원이란 문이 한 번 열렸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넘길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고 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외국인 자금 유출, 한미 금리차 등 구조적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는 원화 자산이 대부분입니다. 부동산 2채와 예금이 전부죠. 달러 자산 비중이 10%도 안 됩니다. 이번 환율 급등을 보면서 제 포트폴리오의 취약점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부동산은 못 팔아서 버텼지만, ETF는 팔 수 있으니까 팔고 싶어집니다. 편리함이 오히려 원칙을 흔든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달러 분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고용지표도 좋지 않습니다. 2월 고용이 92,000명 줄었고, 실업률도 4.4%까지 올랐습니다(출처: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여기서 실업률이란 경제활동인구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고용이 무너지면 소비가 줄고,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릅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꺾이고, 내리면 물가가 튑니다. 이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오는 최악의 조합입니다. 시장은 지금 이걸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지나갔고, 시장은 계속 올랐습니다. 100년 차트가 그걸 증명합니다. 하지만 욤키푸르 전쟁처럼 -43%까지 빠진 구간에서 버티지 못하고 매도한 투자자에게는 장기 우상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이번 일로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예측보다 중요한 건 준비입니다. 달러 자산 비중을 늘리고, 유가 충격에 취약한 종목은 점검하고, 배당주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준비는 이 정도입니다. 환율 1,500원은 위기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 포트폴리오의 취약점을 드러낸 숫자입니다. 이 점을 찍고 넘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