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 S&P500 ETF를 접했을 때 이름 끝에 붙은 'H' 한 글자가 수익률에 140만 원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단순히 미국 우량 기업 500개에 분산 투자한다는 개념만 이해했을 뿐, 환헤지 여부가 장기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던 것이죠. 더 충격적이었던 건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이 10%인데, 실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5%에 불과하다는 데이터였습니다(출처: JP모건 자산운용). 절반을 스스로 날린 셈입니다. 세금도 수수료도 아닌, 공포에 질려 바닥에서 판 결과였습니다.
환헤지와 환노출, 이름 한 글자가 만드는 수익률 격차
ETF 이름 끝에 붙은 'H'는 환헤지(Currency Hedged)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환헤지란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쉽게 말해 달러 강세 효과를 포기하는 대신 환율 변동성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H가 없는 환노출형은 환율 변동을 그대로 수익에 반영합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서 1,400원대까지 상승하는 동안, 환노출형 S&P500 ETF는 약 35%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환헤지형은 21% 상승에 그쳤죠.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데도 14%포인트 차이가 발생한 겁니다. 1,000만 원 투자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40만 원 차이입니다.
제가 직접 두 상품을 비교해본 결과,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환노출형이 유리했습니다. 미국 경제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니 달러 강세 효과까지 누리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달러 약세를 확신한다면 환헤지형을 선택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원화는 달러 대비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여왔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환헤지 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환헤지를 유지하려면 연간 1~2%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크게 감소시킵니다. 5년, 10년 이상 투자한다면 이 비용 차이가 누적되어 상당한 수익률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MDD 57%, 숫자가 아닌 감각으로 체험하는 하락장
MDD(Maximum Drawdown, 최대낙폭)는 계좌 잔고가 최고점 대비 얼마나 하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여기서 MDD란 투자 기간 중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손실 구간을 수치화한 것으로, 쉽게 말해 내 돈이 얼마나 박살날 수 있는지를 미리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S&P500 지수는 고점 대비 -57% 하락했습니다. 추상적인 비율이 아닌 실제 금액으로 번역하면, 1억 원이 4,300만 원으로 쪼그라든 겁니다. 그랜저 한 대 값이 공중분해된 것이죠. 더 잔인한 건 이 하락이 하루 아침에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2007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무려 1년 5개월 동안 천천히 계좌를 갉아먹었습니다. 오늘 2% 빠지고, 내일 1% 오르는 척하다가, 모레 3% 더 빠지는 희망고문이 반복됐죠. 저도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2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하락장을 맞았을 때 매일 호가를 확인하며 팔고 싶은 충동을 견뎌야 했습니다.
JP모건 연구에 따르면 20년 동안 시장에 계속 머물렀다면 연평균 9.5%의 수익을 냈을 것이지만,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상위 10일만 놓쳤다면 수익률이 5.3%로 반토막 납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 최고의 날들 중 60%가 최악의 폭락 직후 2주 안에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공포에 질려 도망친 바로 다음날 시장이 폭등한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맞는 말입니다. 부동산도 팔기 불편해서 버텼고, 버텼기 때문에 수익을 냈습니다. 반면 ETF는 팔기 쉬워서 더 위험합니다. 스마트폰 클릭 한 번이면 매도되니까요. 편리함이 원칙을 무너뜨린다는 걸 이번 공부를 하면서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락장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은 목표 금액을 숫자로 정하는 것입니다. 4% 법칙에 따르면,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에 25를 곱한 금액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4% 법칙이란 은퇴 시점 자산에서 매년 4%씩만 인출하면 원금이 고갈되지 않을 확률이 98%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입니다(출처: Trinity University Study).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면 연간 3,600만 원, 여기에 25를 곱하면 9억 원입니다. 이 숫자가 생기면 폭락장이 고통이 아니라 세일 기간으로 보입니다.
분산의 착각, 세 바구니에 담았지만 결국 한 종목
제 지인이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S&P500에 3,000만 원, 나스닥100에 2,000만 원, 반도체 ETF에 1,000만 원, 이렇게 완벽하게 분산했다고요. 그런데 세 개 ETF의 상위 보유 종목을 확인해보니 전부 1위가 엔비디아, 2위가 애플, 3위가 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6,000만 원을 세 바구니에 나눴지만, 사실상 엔비디아 한 종목에 올인한 것과 다름없었던 겁니다.
S&P500 ETF 상위 비중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입니다. 나스닥100 ETF도 동일하고, 반도체 ETF는 엔비디아 비중이 20%를 넘습니다. 결국 엔비디아 주가가 반토막 나면 세 개 바구니가 전부 같이 폭락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다른 ETF를 섞으면 분산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더 위험한 건 테마형 ETF의 유혹입니다. 2021년 메타버스 ETF가 출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출시 당일 투자했습니다. 1년 뒤 그 돈은 65% 손실을 기록했죠. 테마형 ETF는 해당 산업이 가장 뜨겁게 달아올라 주가가 고점을 찍었을 때 출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그때가 가장 팔기 쉽기 때문입니다.
진짜 분산은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군을 섞는 겁니다. 나이별 포트폴리오를 예로 들면:
- 30대: S&P500 60% + 나스닥100 40% (공격적 성장)
- 40대: S&P500 50% + 나스닥100 30% + 고배당주 20% (균형 성장)
- 50대: S&P500 40% + 고배당주 40% + 장기채권 20% (안정 추구)
- 60대 이상: 고배당주 50% + 장기채권 30% + S&P500 20% (인컴 창출)
여기서 고배당주 ETF는 코카콜라, 존슨앤존슨처럼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을 모은 상품이고, 장기채권 ETF는 주식과 반대로 움직여 위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직접 써본 결과, 소액일수록 적게 굵게 투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10개, 20개로 쪼개는 건 의미가 없고, 3~4개 핵심 ETF에 집중하는 게 현명합니다.
저는 지금도 이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목표 금액이 숫자로 생기면 폭락장이 세일 기간으로 보인다는 말이 맞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일 수 있도록 지금 이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버티는 게 전략이라는 말, 이제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연금저축 계좌를 활용하면 연간 최대 900만 원 납입액에 대해 16.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투자 전 이미 16.5% 수익을 먹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제대로 된 무기를 갖추고, 제대로 된 자리에서, 제대로 버티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