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콜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그냥 넘겼습니다. 월배당 12%, 나스닥 상승의 95% 추종. 숫자만 보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의심스러웠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야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공짜가 아니라 트레이드오프였습니다.

커버드콜 ETF,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커버드콜이 뭔지부터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주식을 사면서 동시에 그 주식의 콜옵션을 파는 전략입니다. 아파트를 한 채 갖고 있는데, 누군가 3개월 뒤에 이 아파트를 시세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합니다. 대신 계약금 1천만 원을 줍니다.
여러분이 그 계약을 하면, 3개월 뒤 아파트가 크게 오르면 차익을 놓치게 됩니다. 하지만 아파트가 떨어지거나 조금만 오르면 계약금은 그대로 내 주머니에 들어옵니다. 상승은 일정 부분 포기하는 대신 옵션 프리미엄이라는 현금을 꾸준히 받는 구조입니다.
1세대 커버드콜 ETF는 콜옵션을 100% 비중으로 팔았습니다. QYLD가 대표적입니다. 배당은 연 12~15%로 잘 나왔지만, 상승장이 와도 내 계좌는 안 올랐습니다. 상승을 전부 포기했으니까요. 최근 5년간 나스닥백이 100% 넘게 오르는 동안 QYLD 주가는 거의 제자리였습니다. 배당 받으면서 원금이 녹는 구조였습니다.
2세대는 JP모건의 JEPI, JEPQ가 대표적입니다. 옵션 매도 비중을 30
50%로 줄였습니다. 배당은 연 8
9%로 줄었지만, 지수가 오르면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게 됐습니다. 1세대보다 진보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옵션을 한 달에 한 번 팔아서 만기가 길었습니다. 한 달 동안 시장이 크게 변하면 대응이 느렸습니다.
3세대 구조, 매일 옵션을 거래한다
타이거 미국 나스닥백 타겟데일리 커버드콜. 상장한 지 1년 반 만에 순자산 1조 1200억 원을 찍었습니다. 국내 상장 커버드콜 ETF 중에서 유일하게 데일리 전략을 쓰는 상품입니다. 이름에 답이 다 들어 있습니다.
타겟은 목표 분배율입니다. 연 15% 배당을 주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데일리는 옵션을 매일 사고판다는 뜻입니다. 원데이, 그러니까 내일 만기되는 옵션을 오늘 팔고 내일 정산하고 다시 그다음날 만기되는 옵션을 파는 걸 매 영업일 반복합니다.
옵션 만기가 짧을수록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 달짜리 옵션을 팔면 그 한 달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묶여 있습니다. 하루짜리 옵션을 팔면 내일 시장이 급변해도 오늘 판 옵션은 오늘로 끝입니다. 내일은 새로운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옵션 매도 비중입니다. 1세대는 100%를 팔았고, 2세대는 30
50%를 팔았습니다. 타이거 타겟데일리는 약 5
10%만 팝니다. 100만 원어치 나스닥백을 갖고 있으면 5만 원에서 10만 원어치만 상승 포기 계약을 하는 겁니다. 나머지 90만 원 이상은 나스닥이 오르는 만큼 그대로 따라갑니다.
ATM 옵션과 코덱스 비교
5~10%만 옵션을 파는데 어떻게 연 15% 배당을 줄 수 있을까요? 비밀은 ATM 옵션에 있습니다. 앳더머니, 등가격이란 뜻입니다. 현재 나스닥백 지수와 거의 같은 가격에서 옵션을 파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옵션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많아집니다.
아파트 시세가 10억이면 딱 10억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파는 겁니다. 10억 5천이 아니라 정확히 10억에요. 살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조금만 올라도 이익이니까 계약금을 많이 냅니다. 이 비싼 프리미엄을 매일매일 조금씩 모아서 한 달에 한 번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ATM으로 팔면 프리미엄은 비싼 대신 그 5~10%에 해당하는 부분의 상승분은 거의 전부 포기합니다. 프리미엄을 많이 받는다는 건 곧 그만큼 포기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상품으로 코덱스 미국 나스닥백 데일리 커버드콜이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만들었습니다. 이 두 상품은 둘 다 데일리 전략이지만 옵션을 파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타이거는 ATM, 그러니까 현재 가격과 똑같은 행사가로 옵션을 팝니다. 대신 나스닥백 전체 중에서 5~10%만 옵션을 걸어요. 나머지 90% 이상은 자유롭게 올라갑니다. 코덱스는 OTM, 그러니까 현재 가격보다 1% 높은 행사가로 옵션을 팝니다. 대신 나스닥백 전체 100%에 대해 옵션을 걸어요.
코덱스는 아파트 열 채 전부에 계약을 걸었는데 시세보다 1% 더 올라야 넘긴다는 조건을 붙인 겁니다. 결과적으로 코덱스의 목표 분배율은 연 20%로 타이거의 15%보다 5%포인트 높습니다. 옵션을 100% 걸었으니 프리미엄도 더 많이 들어옵니다.
배당 재투자를 포함한 1년 총수익률 기준으로 타이거가 약 26.5%, 코덱스가 약 21.1%입니다. 배당은 코덱스가 높은데 총수익은 타이거가 더 높습니다. 타이거는 90% 이상이 자유롭게 올라가니까 상승장에서 원금 자체가 더 많이 불었고, 코덱스는 전부 옵션을 건 대가로 하루 1% 이상 오르는 날마다 상승분을 계속 반납했기 때문입니다.
연금저축 계좌와 세금 차이
진짜 절세의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에서 이 ETF를 사면 분배금에 대한 세금이 나중으로 미뤄집니다. 과세이연이라고 하는데요. 배당 받을 때마다 세금 안 떼이고 전액 재투자가 가능합니다.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 3.3~5.5%의 낮은 세율만 적용됩니다.
일반 증권 계좌에서 사면 분배금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원천 징수됩니다. 일반 계좌의 15.4%와 비교하면 연금 계좌는 약 3분의 1 수준입니다.
숫자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1억 원을 넣고 연 15% 분배금을 받는다고 칩시다. 일반 계좌에서는 1500만 원 배당 중 약 231만 원이 세금으로 빠집니다. 실수령 1269만 원입니다. 연금 계좌에서는 1500만 원이 그대로 재투자됩니다. 세금 제로입니다.
저는 이 차이가 10년, 20년 복리로 쌓이면 몇천만 원 차이가 난다는 걸 알고 나서 계좌부터 챙겼습니다. 같은 ETF를 사는데 계좌만 다르게 해도 최종 수익이 이렇게 벌어집니다.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야 진짜 꽂힌 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하락장 방어력과 환율 리스크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하락장 방어력은 약합니다. 옵션 매도 비중이 5
10%밖에 안 되잖아요. 나스닥백이 30% 빠지면 이 ETF도 거의 비슷하게 빠집니다. 5
10%의 옵션 프리미엄 수입이 30%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급락장에서 나스닥백 ETF가 106,175원까지 빠졌을 때 타겟데일리도 6,918원까지 같이 빠졌습니다. 반등은 잘 먹었습니다. 나스닥이 52% 오를 때 50% 따라갔으니까요. 빠질 때는 같이 빠진 겁니다.
환율 리스크도 있습니다. 이 ETF는 환헤지를 하지 않습니다. 나스닥백에 투자하면서 원달러 환율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입니다. 2025년까지는 원화가 약세였기 때문에 환율이 수익의 보너스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나스닥이 올라도 원화 환산 수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연 15%는 목표 분배율이지 보장이 아닙니다. 옵션 프리미엄은 시장 변동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장이 조용하면 옵션 프리미엄이 줄어듭니다. 프리미엄이 줄면 15%를 맞추기 위해 옵션 매도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옵션을 더 많이 팔면 지수 추종력이 떨어집니다.
이 상품은 아직 진짜 시련을 겪지 않았습니다. 2024년 6월 상장 이후 지금까지 약 1년 반. 이 기간 동안 나스닥백은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였습니다. 지난해 4월에 한 번 급락이 있었지만 2022년 같은 장기 하락장, 나스닥이 1년간 30% 넘게 빠지는 상황은 아직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부동산 2채, 원화 자산이 대부분입니다. 달러 분산이 필요하고, 당장 현금 흐름보다 자산 성장이 우선입니다. 그러면 월배당 20% 상품보다 총수익률이 높은 쪽이 제 상황에 맞습니다. 이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공부하기 전과 후의 차이입니다.
배당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를 이해한 뒤에 내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진짜 투자입니다. 1조 원이 모인 건 좋은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지 나쁜 시장에서 검증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총보수도 연 0.41% 정도로 순수 나스닥백 ETF보다 2.7배 비쌉니다. 옵션 전략을 운용하는 비용이 포함된 거니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장기 보유 시 이 비용이 복리로 쌓인다는 건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